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🧭 기획신혼집 대신 실험실을 차렸다
SUMMARY
1×8 IR 센서로 음식의 종류와 용량을 맞추는 모델을 개발하기에 앞서 데이터를 수집해야했다. 냉장고와 그릇, 전자레인지 그리고 사람을 한 공간에 맞춰 넣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.
세팅 전
세팅 후
이 프로젝트의 목표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전자레인지 안에 IR 센서를 설치해서, 가열 60초 이내에 들어 있는 음식이 무엇이고 얼마나 되는지 맞히는 것이다. 이 정보는 자동조리 모드 등 다양한 편의 기능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.
가동 중인 전자레인지의 유리판은 회전하니, 센서가 유리판의 지름만 보고 있어도 자연스럽게 바닥 전체가 스캔된다. 그 덕에 내부에는 큰 비용을 들이지않고 1×8 해상도의 IR 센서 딱 하나만 설치하면 된다. 아이디어 자체는 그럴싸하게 들리지만,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음식을 끝없이 데울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. 실험실을 차리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.
400리터짜리 냉장고를 주문해 배치해야 했고, 여러 종류의 소분용 그릇도 혼자서 백 개 넘게 골라 왔다. 국을 담을 그릇, 밥을 담을 그릇, 회전판 위에서 돌릴 수 있는 그릇, 사진을 찍었을 때 상태가 잘 보이는 그릇. 고르다 보니 무슨 신혼집 채우는 것 같았다.
하필 역대급으로 더운 날이었다. 현대백화점, 이마트, 다이소가 각자 파는 물건도 다르고 배송 가능한 식품도 달라서 몇 번이고 뺑뺑이를 돌았다. 그 셋이 횡단보도 하나를 두고 몰려 있어서 다행이었다. 아니었으면 “신촌역 8번 출구 앞에서 한 청년이 과로 및 열사병으로 쓰러졌다”는 뉴스가 났을지도 모른다.

LG에서 내부에 구멍을 뚫어 IR 센서를 달 수 있도록 특수 설계해 준 전자레인지도 들어왔다. 나중에 구현할 대시보드를 띄울 모니터, 음식을 나누고 기록할 작업대, 냉장고와 전자레인지의 위치까지 동선을 보며 몇 번이나 옮겼다. 온몸이 젖을 만큼 힘들었는데, 다 세팅하고 나니 매우 뿌듯했다. “아,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” 하는 느낌이었다.
사람도 필요했다. 모교인 서강대학교에 공고를 내서 학부 연구생 세 명을 모집했다. 데이터 수집 한 달, 모델 훈련 한 달을 함께하기로 했다. 이 친구들이 뒤에 계속 등장한다. 결론부터 말하면, 이 프로젝트는 이 세 사람이 없었다면 절대 끝까지 가지 못했다.
국책과제를 진행해 본 것도 처음이었다. 나중에 알고 보니 지출 처리를 하려면 검수확인서에 사진을 첨부해야 했다. 이미 예쁘게 세팅해 둔 기구들을 다시 한곳에 모아 놓고 사진을 찍을 때는 정말 억울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.

그래도 이 프로젝트 덕분에 지출품의서도 써 보고, 인건비 지급 규정도 처음 배웠다. 다음에 또 국책과제를 맡게 된다면 적어도 영수증과 검수 사진 앞에서 덜 헤맬 것 같다.
결과
- ▸400L 냉장고, 특수 전자레인지, 그릇 100개 이상을 갖춘 수집 실험실 구축
- ▸학부 연구생 3명을 모집해 수집과 모델 훈련을 함께할 팀 구성
- ▸국책과제 지출 · 검수 절차까지 직접 처리하며 운영 기반 확보





